'역전의 명수'로 불리는 마케팅의 달인, 전담 시장 판 뒤집을까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3-12-10 12:00   수정 2023-12-10 14:21

한때 담배 기업은 ‘마케터의 무덤’으로 불렸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는 연초에 대한 광고 행위 엄격히 규제한다. 최근 담배 산업이 연초에서 차세대 담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이 같은 통념도 서서히 깨지고 있다. 궐련형·액상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인 전자 담배에 대한 브랜드 마케팅의 영역도 넓어지는 중이다.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사진)는 담배 마케팅 분야에선 ‘전설’로 통한다. 유니래버에서 4년간 ‘도브’ 브랜드를 담당하다 사회생활 5년 차인 2004년 BAT로 옮겨 ‘던힐 신화’를 만들어냈다. KT&G의 ‘디스’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날(PMI)의 ‘말보로’가 양분하고 있던 시장에 ‘모던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입힌 던힐로 한때 시장 점유율 1위를 찍기도 했다.

2021년 BAT로스만스 수장에 선임된 김 대표는 올 7월 또 하나의 야심작을 내놨다. 미국 액상형 전자 담배 1위인 ‘뷰즈’를 한국 시장에 선보인 것. 이번에도 던힐 때와 상황은 비슷하다. BAT로스만스는 국내 전자 담배 시장에서 KT&G의 ‘릴’과 PMI의 ‘아이코스’에 뒤처진 3위다.

김 대표는 “릴과 아이코스는 궐련형인 데 비해 뷰즈는 액상형”이라며 “게다가 뷰즈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현재의 판을 흔들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의 명수’ 답게 김 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조금씩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뷰즈 고 800’은 출시 1개월 만에 초도 물량이 소진됐다. 김 대표는 “첫 제품이 나온 이후 1주일 만에 뷰즈의 국내 액상형 담배 시장 점유율이 4배가량 증가했다”며 “현재 판매 지역을 수도권에만 한정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뷰즈의 마케팅 포인트는 안전성이다. 제조 단계에서 만들어진 액상 외에는 사용자가 임의로 내부 액상을 바꾸거나 리필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비공식 경로로 판매되는 수많은 액상 담배는 어떤 성분을 넣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뷰즈의 안전성이 알려질수록 액상 담배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위협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AT그룹을 포함해 PMI, JTI(일본), 글로벌 담배 제조사들은 전자 담배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스모크 프리(담배 연기 없는 세상)’를 추진하는 각국 정부의 협업 파트너다. 실제 영국은 올해부터 4500만 파운드(약 7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00만여 명의 흡연자에게 액상형 전자 담배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무조건 담배를 끊으라는 캠페인만 강조한다”며 “청소년들이 전자 담배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기존 연초 흡연자가 차세대 담배로 이동해 결국은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니레버에서 BAT로스만스로 옮길 때 김 대표는 ‘은퇴 무렵에나 갈 곳에 젊은 사람이 왜 가냐’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올해로 BAT그룹에서만 19년을 일한 김 대표는 담배 마케팅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 보니 더 현장에 가게 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가뭄을 이겨낸 과일이 더 단단하고 달콤한 법이죠”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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